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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향기]마음을 헤아려주세요
[사람향기]마음을 헤아려주세요
  • 전미해 기자
  • 승인 2023.05.08 14: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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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날을 즈음하여 6일 오후 자녀들이 부모님을 찾아뵙고 야외에서 간식을 먹으면서 즐거운 담소를 나누고 있는 모습.
어버이날을 즈음하여 6일 오후 자녀들이 부모님을 찾아뵙고 야외에서 간식을 먹으면서 즐거운 담소를 나누고 있는 모습.

“어제 우리 엄마 아빠께서 제 마음을 헤아려주지 않아서 제가 엄청 속상했어요.” 말도 잘하고 똑똑하고 예의도 바른데 순수하기까지 해서 평상시 만나면 주거니 받거니 대화를 잘 나누던 어린이가 만나자 마자 속내를 털어놓습니다. 무엇 때문에 그리 마음이 상했던 걸까 들어보기로 했습니다.

“5월 5일이 어린이날이었잖아요. 그런데 우리 엄마 아빠는 할머니 농사일을 도와드리느라 저하고 함께 놀아주지 못하셨어요. 제가 그것은 얼마든지 이해해요.”

부모님께서 어린이날을 즈음하여 자신과 놀이공원이라도 가서 놀아주지 않고 시골에서 혼자 농사지으시는 할머니를 돕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여기고 있는 것에 기특함과 고마움을 느끼며 더 들어보기로 했습니다.

“다음날 휴게소에 들렀거든요. 문제가 여기에서 발생한 거 에요. 그 휴게소에 제가 엄청 좋아하는 인형 뽑기가 있어요. 평소에도 한 번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시곤 했기 때문에 저는 어린이날이었으니까 한 번 더 기회를 주실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어머니께서 단호하게 거절하시고 차를 타라고 하시는 거 에요. 그래서 차 안에서 내내 속상해서 입을 꾹 다물고 왔지요.”

이 어린이의 말을 가만히 들어보니 아이는 어린이날이었지만 할머니의 일손 돕는 부모님의 마음을 헤아려드렸는데, 부모는 어린이날이니까 특별히 한 번 더 인형 뽑기를 하고 싶어 하는 아이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해 문제가 생긴 거였습니다. 그래서 아이의 어머니에게 마음을 미처 헤아려 주지 못한 것에 대해 미안한 마음을 꼭 표현해 주라고 귀띔해 주었습니다.

고향집에 한 주 앞서 다녀왔기 때문에 어버이날을 즈음하여 안부전화를 드렸더니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속상한 마음을 쏟아내십니다. 주말에 형제자매들이 다녀간 모양입니다. 찬찬히 들어보니까 텃밭에 가꿔놓은 채소들이 많은데 늙어져 장에 내다 팔수도 없으니 천천히 수확해서 넉넉히 가져가면 좋을 텐데 약속이 있다고 서둘러 가는 바람에 빈 차로 가는 것을 보니 울고 싶을 만큼 마음이 내내 좋지 않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찾아뵀으니까, 선물도 드리고 용돈 드렸으니까 효도했다 여기는 자녀들의 생각과 달리 용돈 두둑이 받아 주머니도, 이것저것 값비싼 식재료로 냉장고도 채워졌지만 울고 싶다고 말씀하실 만큼 마음이 꽤나 불편해하시는 것을 보면서 부모의 마음을 헤아려드리지 못하는 것이 엄청 큰 불효인 것을 알았습니다.

얼마 전에 학생들 중간고사가 일제히 끝났습니다. 이 어머니 저 어머니 우리 자식이 무슨 과목을 몇 점 받았더라, 실수해서 하나 틀렸다더라, 기분이 좋네, 혹은 속상하다는 등 등 만남의 자리에서, 혹은 전화로도 시험결과가 화제가 되고 있을 때 공부에 그닥 재능이 없어 보이는 아들을 둔 한 어머니의 말에 여운이 남습니다.

“저는 시험 잘 봤느냐, 점수 몇 점 받았느냐 묻지 않아요. 기대를 안해서도 아니고, 궁금하지 않아서도 아니에요. 나름 공부 한다고 했는데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한 아이 자신은 얼마나 마음이 힘들까 싶어서에요. 점수는 중요하지 않고 그저 최선을 다하는 너를 엄마는 응원한다는 말만 해요. 공부 잘하는 누나랑 비교하지 않고 엄마가 자신의 마음을 헤아려줘 고맙다고 하더라구요.” 아들의 입장에서 마음을 충분히 헤아려 주고 있는 어머니의 지혜가 돋보였습니다.

마음을 헤아려 주는 일은 곧 배려이지 싶습니다. 특히 화목한 가정을 위해서 배려는 더욱 필요합니다. 일주일 내내 일하고 주말 한 날 쯤은 소파와 하나가 되고 싶은 아버지를 배려하고, 설거지 청소로부터 한 번 쯤 해방되고 싶은 어머니를 배려하고, 학교에서도 공부하고 바로 이어 학원에 거서도 공부하고 집에 와서는 게임이라도 하면서 머리를 식히고 싶은 자녀를 배려하는 것 필요합니다.

부모는 자녀의 마음을, 자녀는 부모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아는 지혜로 가정이 더욱 화목해지는 5월 되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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