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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향기]사회적 약자를 돌아보는 마음
[사람향기]사회적 약자를 돌아보는 마음
  • 전미해 기자
  • 승인 2021.06.14 12: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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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2일 신문사에 기고가 들어왔습니다. 태안해양경찰서에 근무하는 서청환 수사과장님이 사연을 담아 보내 온 내용을 읽어 내려가는 동안 가슴이 턱 미어지는 감동과 함께 고마움에 눈시울을 붉히고 말았습니다.

사건의 내용은 이러했습니다.

한 70대 남성이 그물을 이용해 숭어 10여 마리를 잡다가 행인의 신고로 현장 출동한 경찰에 적발됐습니다. 그 남성은 허가받지 않은 어구 이용 어획물 포획행위에 해당돼 수산자원관리법에 따라 1천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고, 증거 또한 명백하여 조사처리 될 예정이라고 이른 아침 출근한 서청환 수사과장에게 한 형사가 보고해 왔습니다.

서 과장님은 어릴 적 고향 작은 호수에서 그물로 물고기를 잡던 아련한 추억이 떠오르며 마음 속 한편 무언가가 마음에 걸렸습니다. 그리고는 관련 서류를 잘 살펴보니 적발된 어르신은 약간의 지체장애와 2급 청각장애가 있는 상태에서 아내와 딸의 생계를 홀로 책임지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리고는 이내 걸렸던 마음은 뜨거운 가슴으로 차올랐습니다. 게다가 잡은 숭어의 가격이 2만 원 정도 된다는 말을 듣고 더 깊은 고민에 빠져 들었습니다.

‘나의 기계적인 결정으로 인해 어려운 삶의 현실을 간신히 버티고 있는 어르신과 가족들의 희망을 꺾는 것은 아닐까?’ ‘나의 결정으로 인해 억울한 눈물을 흘리진 않을까?’

‘과연, 생계를 위해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 사회적 약자에게 기계적인 법 집행만이 국민들이 해양경찰에 바라는 최선일까?’

서청환 과장님은 그렇게 여러 고민을 하다가 최근 시행하고 있는 ‘경미범죄 심사제도’가 툭 떠올랐습니다. 경찰이 도입한 경비범죄 심사제도는 20만 원 이하의 벌금 등에 처해질 경미한 생계형 범죄 가운데 65세 이상 고령자, 신체장애자 등의 사회적 약자나 정상 참작할 만한 사연이 있는 경우 일률적인 형사처벌이 아닌, 즉결심판 청구나 훈계방면 처분으로 감경하는 제도입니다.

이른바, 빨간딱지로 불리는 전과자 낙인의 무차별적 양산을 막고 실체적 정상 참작 없이 무거운 사법처리로 인해 억울한 국민이 없도록 하는 사법적 완충 역할을 하는 제도입니다.

결국 경미범죄 심사과정에 회부했고 변호사 등 외부 전문심사위원들에게 서둘러 연락을 취해 착착 준비과정을 거쳐 마침내 경미범죄사건 심사위원회를 열었습니다.

평소에 고지식하고 원칙주의로만 평가 받아온 과장님 자신이 어느덧 좌정한 심사위원들에게 그 어르신의 적발경위와 딱한 처지를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었더랍니다. 어렵사리 기계적 법집행이 아닌 즉결심판청구 대상으로 최종 결정됐고, 덕분에 어르신은 비교적 가벼운 처분을 받는 것으로 잘 마무리 되었습니다.

서청환 과장님은 “각종 사건현황을 접할 때마다 엄정과 온정의 법집행 사이에서 시대정신을 녹여낸 현명한 결정의 고민은 습관적 직업병과도 같은 항시 진행형”이라고 말하면서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따뜻하고 인권친화적인 해양경찰 수사 발전의 소망과 함께 그저 코로나19 등으로 어려운 현실을 극복해 가는 국민 한 분 한 분 곁에 든든한 지팡이가 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라고 마무리하고 있었습니다.

사회적 약자를 향한 서청환 과장님의 따뜻한 마음이 내용 속에 고스란히 녹아져 있어서 너무 고마웠습니다.

“가난한 자와 궁핍한 자를 불쌍히 여기며 궁핍한 자의 생명을 구원하며“[시편72장13절]에서도 사회적 약자를 돌아볼 것을 권면하고 있네요!

가진 누군가의 맹목적이고도 기계적인 결정은 자신도 모르게 사회적 약자를 철저히 짓밟는 결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시간이 걸리고 업무처리가 더디더라도 사회적 약자의 편에 서서 한 번 더 고민도 해보고 생각할 수 있는 우리 모두가 되기를 소망해 봅니다. 서청환 과장님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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