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7 17:06 (수)
“자식 같은 존재로 어르신 곁 지킬 것”
“자식 같은 존재로 어르신 곁 지킬 것”
  • 이송희 기자
  • 승인 2021.04.08 15: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10년 10월 18일, 지인들의 권유로 막연히 양가 부모님 모두 살아계시니 언젠가는 필요하겠다 싶어서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 해놓고 어언 10 여 년 동안 횟집을 운영하느라 장롱에 넣어두었습니다. 저에게 요양보호사 자격증이 소위 장롱 면허였던 셈입니다.

그런데 경기가 안 좋아지면서 식당을 접고 저녁장사만 할 수 있는 업종으로 변경하여 영업을 하다 보니 낮 동안 쉬는 시간이 아까워졌습니다. 그래서 장롱 깊이 넣어두었던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꺼내들고 평소에 친분이 있던 효드림 방문요양센터(서산1호광장)를 찾아가 요양보호사 직원 등록을 마쳤습니다.

생애 첫 요양보호사로 일을 시작하며 만난 어르신은 중증 치매를 앓고 계셨습니다. 몇 개월을 방문하여 식사, 복약지도, 청소, 빨래, 목욕, 말벗 등을 도와드려도 다음날 가서 인사드리면 내 얼굴을 그새 잊어버리고 누구냐고 하시고, 일을 해드리려고 하면 ‘필요 없다’, ‘당장 집에 가라’고 계속 면박을 주시는 바람에 마음에 상처를 입어 결국 요양보호사 일을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조금은 호기롭게 요양보호사 일을 시작했지만, 첫 번째 대상자와의 만남에 소위 쓴맛을 보고 조금 쉬면서 마음을 가다듬어 다시 일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현재 일하고 있는 두 번째 대상자 어르신 댁에 서비스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벌써 1년하고도 4개월 차에 접어들었습니다.

경기가 좋지도 않을 뿐더러 작은 식당을 운영 중이라 살림이 넉넉지 않으니 보탬이 될까 하여 요양보호사 일을 시작했던 것인데 지금은 천직으로 느끼며 정말 즐겁게 일하고 있습니다.

지정을 받아 대상자 댁을 처음 방문했을 때 마당이 넓은 시골 2층집으로 일이 많을 것 같아 쉽지 않겠다고 예상이 되었지만, 일단 일을 시작한 이상 성심성의껏 내 부모님이라고 생각하고 꾀 안 부리고 서비스를 제공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일했습니다.

특히 대상자 어르신께서 온화하고 배려심이 많으셔서 더 잘해 드리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식당을 운영하니까 나름 요리 실력을 발휘하여 어르신의 식탁에 매일 매일 영양식으로 식단을 짜임새 있게 차려드렸습니다.

손이 비교적 많이 가는 잡채, 수육, 꽃게무침, 김밥, 약식, 계란말이, 과일샐러드, 국수 등을 요리해드렸는데, 맛있는 음식을 하는 날이면 어르신께서 어린아이처럼 좋아하시며 이웃에 자랑하며 나눠드리기도 했습니다.

김밥 재료를 준비하고 김밥을 마는 것은 어르신의 잔존기능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되니까 함께 해보자고 하니까 너무 재미있어 하며 활기를 찾으셨습니다.

미용실 운영도 20년 가까이 한 경험에 어르신께 필요할 때마다 미용 서비스도 해드리니 어르신도 보호자 분도 매우 좋아하셨습니다.

거동이 불편하여 집에만 있다 보니 어르신께서 우울해 하실 때는 차에 태우고 나가 꽃구경도 하고, 바닷바람도 쐬고, 함께 점심을 나누면 오래간만의 외출에 매우 즐거워하시고 기뻐하셨습니다.

어르신 체조도 시켜드리면서 함께 운동하고, 치매에 도움이 될까 싶어 덧셈, 뺄샘, 곱하기를 숙제로 내드리면 흥미로워하시면서 열심히 하십니다.

안타깝게도 제가 중간에 교통사고로 갈비뼈가 골절이 되어 병원 신세를 지느라 한 달 간 출근을 못하게 됐고, 요양보호사를 다른 분으로 대체할 것을 권유했는데 제가 다 회복될 때까지 기다리시겠다 하시는 바람에 몸이 다 회복되자마자 바로 어르신 댁으로 출근을 했네요.

지난 1년 4개월간 내 부모님을 대하듯 잘 모시면 언제가 좋은 일이 있으리라는 소망으로 어르신께 서비스를 제공한 결과 처음에는 낯설어 하셨지만, 지금은 신뢰하고 친분이 쌓여 친딸처럼 대해주시고, 저도 엄마라고 부르며 가족처럼 지내고 있습니다.

어르신들께서 가끔 인지능력과 신체능력이 많이 떨어져 조금 힘들 때도 있지만 늙어감이란 우리들의 미래라고 생각하며 앞으로도 기쁜 마음으로 봉사하려고 합니다.

제가 하루라도 가지 않으면 오매불망 저만 기다리는 어르신들이 걱정되어 천직이라고 생각하고 직업 소명의식을 느끼며 힘닿는 날까지 이 일을 계속하려고 합니다.

하루빨리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고 코로나가 종식되어 어르신들 모시고 꽃구경도 다니고, 맘껏 나들이 다닐 수 있는 날이 오길 기원해봅니다.

요즘 현대사회는 핵가족화가 되면서 자녀들이 부모님들을 돌봐드릴 수 없는 상황에 복지제도가 미흡했던 예전에는 어르신들이 일상생활이 어려워도 스스로 해결해야 했지만 지금은 방문요양 제도가 있어서 정말 다행이라 여겨집니다.

지난 2년 가까이 요양보호사 일을 해오면서 참 많이 보람을 느낍니다. 앞으로도 요양보호사인 저의 도움이 필요한 분들에게 자식 같은 존재로 어르신들의 곁을 지켜드려야겠다 다짐해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