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8 14:50 (목)
[사람향기]힐링의 명소, 해미읍성을 찾아서
[사람향기]힐링의 명소, 해미읍성을 찾아서
  • 전미해 기자
  • 승인 2020.11.24 13: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연일 300명을 넘어서며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주말을 맞은 21일 오후 찾아본 해미읍성이 입구부터 붐빕니다. 줄을 서서 체온을 체크하고, 손도 소독하고, 방문기록도 남기면서 방역지침에 협조합니다.

제법 쌀쌀하게 불어대는 가을바람에 성벽 위 꽂힌 깃발마다 일제히 오른팔 들어 나부끼고, 시린 손 소매 속에 꼭꼭 숨기우고 벌써 한 바퀴 휘돌아 나오는 청년들의 발걸음이 희망찹니다.

푸르렀던 잔디 가을을 입어 누렇게 변하고 일가족이 나와 공을 주고받으며 정도 주고받습니다.

“아빠, 천천히 차세요.”

아빠가 있는 힘껏 차 멀리 달아나는 공을 따라 아이가 헐레벌떡 달려갑니다. 그 틈을 이용해 급하게 걸려온 전화에 응대하는 젊은 아버지의 센스를 엿봅니다.

나뭇가지에 걸린 수리연을 수습하느라 얼굴 벌개진 아버지와, 적어도 아이에게만큼은 맥가이버와도 같은 아버지를 응원하며 고개 쳐들고 가지에 걸려 허덕이는 수리연을 희망 섞인 눈빛으로 바라봅니다.

가위 소리 쟁쟁, 달달한 호박엿 장수의 뒷모습은 언제 봐도 정겹고, 기대하지 않았던 뜻밖의 장미덩굴로 둘러싸인 터널을 통과하는 연인의 뒷모습이 노랗고 빨갛게 피어난 장미 못지않게 아름답습니다.

딸 둘, 아들 하나 이곳을 찾은 5인 가족이 함께 즐기는 투호놀이 현장에 웃음꽃이 피어나 부러움의 대상이 되고, 부엌 하나, 방 두 개 조선시대 서민이 살았다는 초가 3칸 민속가옥 에서는 방이며 부엌이며 살펴보는 관광객들의 눈이 남녀노소를 무론하고 호기심으로 빛납니다.

“엄마, 저는 아파트가 좋아요. 여기서 못 살 것 같아요. 제가 조선시대에 태어나지 않은 것이 정말 다행이고 감사한 일이에요.” 부모님과 이곳을 찾은 한 초등학생 어린이가 뜻밖에 감사의 조건을 하나 발견했습니다.

천주교 박해 서러운 역사 안은 호야나무에 가리워져 여러 번 찾은 사람도 못보고 지나치는 200년 넘은 느티나무가 세월의 흔적 온 몸 고스란히 담기운채 하늘을 품어 안듯 쭉쭉 뻗어나가 자태를 뽐내고, 한 은행나무에 열매가 다닥다닥 얼마나 많이 열렸는지 지나는 사람마다 ‘대박!’을 외치며 감탄합니다.

민속가옥 뒤편으로 난 계단을 오르기 전 누구라도 시선도, 발걸음도 머물게 만드는 돌탑 아래 한 젊은 연인이 그 옆에 작은 돌탑 쌓아가며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웁니다.

“이렇게 탑을 쌓고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대.” 마음씨 참 좋아 보이는 아가씨가 어느새 두 손 모으고 진지하게 눈을 감아 기도합니다.

그 아가씨 어떤 소원 빌었을까 오지랖 넓게 궁금해 하며 계단을 향하는데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어느 집 아이들이 계단을 뛰어올라갑니다.

“엄마, 빨리 올라오세요.” 먼저 도착한 아이들이 한참 떨어진 엄마를 재촉합니다. 시큰거리는 무릎은 우리네 어머니들 이야기 인줄만 알았는데, 세월을 따라 내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아이들이 자라서 엄마가 되면 우리 엄마 늦은 이유 알겠지요. 가던 길 자꾸만 멈춰 주저앉으시던 내 어머니가 ‘그래서 그랬구나’ 이해가 되듯이.

계단을 올라서면 누구라도 감탄할 소나무 오솔길이 펼쳐지는데 부자지간으로 보이는 남성들이 터널처럼 드리워진 특별한 소나무를 만나 똑같이 뒷걸음질 쳐가며 사진 속에 담습니다. 꽤 여러 번 이 소나무 아래를 지났으면서도 머리가 꼭 닿을 것 만 같아 위를 쳐다보면서 걷게 되는 길입니다.

오솔길 따라 걷는데 찬 서리 맞고도 자태를 유지하고 있는 구절초에 감격하고, 이순신장군 목상이 취한 포즈를 관광객들 똑같이 따라하며 마구마구 쏘아대는 화살에 보이지 않는 적군들이 여기저기서 신음합니다.

읍성을 찾은 관광객들 덕분에 시내 맛 집 마다 북적이고, 뻥뻥 소리 내며 자꾸만 쌓여가는 뻥튀기가 구수함도, 흥도 더해줍니다.

유모차도 자유롭게 누빌 수 있는 힐링의 명소 해미읍성 안팎에서 어린이부터 어르신들에 이르기까지 여유로운 주말을 만끽하며 코로나19로 지친 몸도 마음도 치유하고 있었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