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9 11:26 (금)
위험한 거리의 장애인들, 장벽 높은 화장실에 좌절
위험한 거리의 장애인들, 장벽 높은 화장실에 좌절
  • 서영태 기자
  • 승인 2023.01.25 11: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장애물이 많은 거리에 멈춰 있는 전동휠체어 모습.
장애물이 많은 거리에 멈춰 있는 전동휠체어 모습.

 

[장애인&포커스] 어르신이나 휠체어를 탄 장애인, 승강기를 안전하고 쉽게 찾아갈 수 있도록 편의시설 확충돼야

 

휠체어 탄 사람은 시야가 낮아 전방 계단이 잘 보이지 않을 때가 있다. 일반인은 실수로 진입을 잘못하면 넘어지는 정도지만 휠체어장애인은 실수가 곧 생명과 연결되기 때문에 안전하게 동선을 유도해야 한다.

휠체어장애인 계단추락은 자주 일어나는 사고 유형 중 하나로 승강장을 설계할 때 계단과 승강기로 이동하는 동선을 분리해 설계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12일 부산 연제구 동해선 교대역에서 전동휠체어를 탄 70대 남성 A씨가 승강기를 타기 위해 이동 중 계단을 확인하지 못하고 추락해 숨졌다.

사고 전 폐쇄회로(CC)TV 영상을 살펴보면 A씨는 승강기로 이동하기 위해 시각 장애인용 노란색 점자블록을 따라가다 계단에서 추락했다.

사고가 난 동해선 교대역 승강장은 통로가 좁아 점자블록을 따라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시각장애인이 아닌 A씨가 점자블록을 따라갔더라도 계단을 확인하지 못한 이유를 선뜻 찾기 힘들 수도 있지만, 휠체어 높이의 시야로 사고 현장을 보면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사고라고 장애인들은 지적한다.

사고가 발생한 동해선 교대역은 승강기가 복도 끝에 위치해 계단 옆 좁은 통로를 지나야 하는 등 장애인에게는 다소 위험한 구조로 설계됐지만, 기본적인 안전·안내 장치는 없었다.

장애인단체와 전문가들은 어르신이나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승강기를 안전하고 쉽게 찾아갈 수 있도록 편의시설 확충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편, 장애인들에 의하면 일부 공공시설에 설치한 장애인화장실이 장애인들에게는 넘기 어려운 장벽이라고 지적한다.

현행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은 장애인은 비장애인이 이용하는 시설과 설비를 동등하게 이용하고 자유롭게 접근 가능한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한다. 이 때문에 공원이나 공공건물을 비롯한 공중이용시설에는 장애인이 사용할 화장실을 여러 요건을 갖춰 설치해야 한다.

더욱이 장애인 등 편의법 시행규칙은 장애인이 이용 가능한 화장실을 구조와 재질까지 세부 기준으로 나눠 규정하고 이에 맞게끔 만들도록 규정한다. 하지만 일부는 출입문이 미닫이가 아닌 여닫이 문이거나, 휠체어 1대가 간신히 들어갈 정도로 크기 자체도 너무 작다. 또 별도 잠금 장치가 없고, 청소도구함 정도로 사용된다.

그 뿐만 아니라 시각장애인이 이용하도록 만든 점자블록 위에는 미끄럼 방지 패드를 올려 놔 시각장애인 이용을 아예 막은 곳도 있다.

장애인이 시설물 접근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현행법에서 이동 편의와 시설 이용 편의를 위해 시설과 설비를 의무 설치하도록 정하지만 법 제정 전 건립된 건물이나 시설에 대해서는 종합병원, 철도역사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장애인 편의시설을 설치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또한 현행 건축법은 건축물 사용승인 기준에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 여부를 포함하지 않는 등 걸림돌이 많은 점도 문제다.

공중이용시설과 편의시설에 대한 접근권은 장애인들이 일상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권리이며, 차별받지 않고 동등한 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필수 요건이다.

서영태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