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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향기]공공시설, 최소한의 예의를 지켜야
[사람향기]공공시설, 최소한의 예의를 지켜야
  • 전미해 기자
  • 승인 2022.07.19 11: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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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운동장을 공개한 학교 측에서는 애완동물과 함께 진입하여 배설물을 방치하고, 쓰레기를 무단투기하며, 위협하는 자전거의 진입을 제한하는 푯말을 든든히 세워 안내하고 있다.
학교 운동장을 공개한 학교 측에서는 애완동물과 함께 진입하여 배설물을 방치하고, 쓰레기를 무단투기하며, 위협하는 자전거의 진입을 제한하는 푯말을 든든히 세워 안내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됨에 따라 학교 체육시설의 일반인 개방을 권장하고 있는 가운데 오후 해가 져 한층 더위가 물러가고 선선해지노라면 저녁식사를 마친 시민들이 개방된 운동장에 나와 친구끼리, 혹은 마음 맞는 이웃끼리, 부부끼리, 또 아이 손을 잡고 함께 걸으며 정다운 이야기꽃을 피웁니다.

걷고 이야기 나누며, 어떤 이는 시종일관 전화통 붙들고 수다를 떨어가면서 저마다 버거운 하루를 살아내느라 쌓인 스트레스도 풀고 지친 마음도 달랩니다.

할머니, 할아버지, 아들, 며느리 일가족이 다 출동하여 유모차에 실린 채 방글방글 웃어주는 손녀딸을 바라보며 걷는 이들의 모습은 행복 그 자체입니다.

인조잔디가 잘 깔린 운동장을 누비며 아빠와 아들이 함께 축구하는 모습은 언제 보아도 부러움의 대상이 됩니다. 언제 컸는지 힘이 부쩍 좋아진 아들이 어찌나 힘껏 찼는지 저 멀리까지 달아나는 축구공을 쫓아 헉헉거리며 달리면서도 아버지 얼굴은 웃고 있습니다. 건강하게 자라준 아들이 대견하고 고마운 마음이지 싶습니다.

뱃살 두둑한 엄마와 꽤 실력이 있어 보이는 아들이 함께하는 배드민턴은 실력이 월등하게 차이가 나 두 번 이상 이어지지 않고 자꾸만 엄마 앞에 패대기 쳐대도 엄마의 뱃살을 줄이는데 도움이 될 수만 있다면 기꺼이 인내할 수 있다는 넉넉한 표정을 짓습니다. 이것이 가족의 사랑이고 배려이지 싶습니다.

맘 맞는 친구들끼리 한바탕 공을 차고는 땀에 흠뻑 젖은 채 바닥에 벌러덩 누워 쉬는 모습이 정겹고, 애완동물과 함께 운동 나온 주인장이 역전되어 끌려가다시피 어기적어기적 뛰는 모습도 정겹습니다. 이렇게 정겨운 모습들만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어느 한 날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하늘을 감상하고 주변 환경을 돌아보며 기분 좋게 걷고 있는데 운동장 가에 시선이 머물며 걸음을 멈추게 됩니다. 애완동물의 배설물로 보였는데 그대로 방치하고 사라진 겁니다.

그때 평화롭게 걷는 사람들 사이사이로 경주하듯이 꽤나 빠른 속도로 위협하며 내달리는 자전거에 소스라치게 놀라 길을 비키는 시민들의 모습도 함께 눈에 들어옵니다.

화단에 조성해 놓은 꽃을 똑똑 꺾어대는 어린 아들을 말리지 않는 부모, 학원에서 바로 왔는지 책가방 내려놓고 잔디밭에 삼삼오오 모여 방금 전까지 간식을 나누던 학생들이 과자 껍질과 다 마신 음료수 병을 그대로 버려둔 채 사라졌습니다.

조금 전에 계단에 앉아 쉬어가던 한 어른도 다 마신 커피 잔 그대로 두고 대체 어딜 간 걸 까요!

기껏 운동장을 공개해줬더니 애완동물 출입이 금지된 곳에 거리낌 없이 들어온 것도 모자라 혐오스러운 배설물을 그대로 방치하고, 자전거는 진입제한이라고 안내하고 있었지만 거침없이 달려 걷는 이들에게 위협을 주고, 어른이나 학생들이나 누구랄 것도 없이 쓰레기를 아무렇지 않게 버리고 가는 행태를 연일 이어가고 있습니다.

주민들에게 좋은 마음으로 공개해 준 대가가 참담합니다. 이 피해는 이 학교와 이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갈테지요.

이쯤 되면 교문을 단단히 걸어 잠가버리고 출입을 일체 금할 것 같은데 운동장 사용 시 협조사항을 강조해 푯말을 세우고 되레 사정을 하고 있습니다.

지역민들의 생활체육 활성화와 여가생활을 돕기 위해 평일 일과시간 후와 휴일에 학생들의 이용에 지장이 없을 경우로 한정하여 지역주민에게 개방할 것을 각 교육청에서는 일선 학교에 권장하고 있지만, 이용자인 시민들이 최소한의 예의를 갖추지 않는다면 학교와 주민이 상생하고 동행하는 일은 결코 오래가지 못할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하늘을 감상하며 공개해 준 너른 학교 운동장을 걷고 뛰는 일은 매우 행복한 일이다.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하늘을 감상하며 공개해 준 너른 학교 운동장을 걷고 뛰는 일은 매우 행복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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