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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향기]몸도 마음도 챙겨요
[사람향기]몸도 마음도 챙겨요
  • 전미해 기자
  • 승인 2022.07.12 10: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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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시에서 운영하고 있는 마음안심버스.
서산시에서 운영하고 있는 마음안심버스.

최근 들어 공황장애로, 불면증으로, 우울증으로 약을 복용하고 있다는 사람들을 여럿 만나게 돼 적잖이 충격을 받습니다. 마음이 아픈 이분들 모두 한결 같이 겉으로 봐서는 눈치 챌 수 없을 만큼 문제가 없어보였는데 속내로는 몹시 괴로워하고 있었습니다. 괜찮지 않은데 괜찮은 척 하고 있었던 겁니다.

마음을 터놓고 속내를 들어보면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혹은 경제적인 문제로, 일에서 오는 압박감으로, 자녀육아 스트레스로, 시부모와, 혹은 남편과의 관계 문제 등 원인이 다양합니다.

며칠 전에 만난 한 분은 약을 수개월 처방받아 먹여야 할 만큼 심한 우울증에 걸린 상태였지만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지냈습니다. 잠을 못 이루고, 그러니까 식욕도 없고 직장에서도 가정에서도 일할 의욕이 없다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한날은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서 베란다 창밖을 내려다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놀라 병원을 찾았습니다. 다행히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고 3개월가량 약을 복용하면 정상으로 회복된다고 하니 처방받은 기간 동안 열심히 약도 먹고 상담도 꾸준히 받을 생각이라고 말해주었습니다.

결혼해서 수년을 살아오는 동안 연락조차 없이 아무 때나 불쑥불쑥 찾아오시는 시어머니로부터 사생활을 침해받고 있다는 생각이 오랜 기간 스트레스로 작용해 병이 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한 날 휴일 오후 친구에게 안부 차 전화를 걸었는데 ‘잠이 올 때 잠을 자둬야 한다’며 서둘러 끊습니다. 후에 이야기를 들어보니 직장에서 일을 완벽하게 해야 하는 성격 때문에 스스로를 괴롭히다 보니 밤에 잠을 못 이루는 불면증으로 이어진 것입니다. ‘완벽하게 해내지 못하면 어쩌지’하는 불안감이 늘 마음가운데 있었던 것입니다.

또 다른 한 분은 공황장애와 불면증을 달고 산지 오래됐다고 했습니다. 술만 먹으면 폭력을 일삼던 남편과 이혼하고 몸도 약하고 능력도 없는데 네다섯 살 어린 아이 둘을 데리고 원룸 하나 겨우 얻어 생계를 꾸리다 보니 늘 마음이 불안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이들은 잘 성장하여 장가도 갔고, 앞가림을 참 잘하고 있는데도 엄마의 오랜 마음병은 쉬이 낫지를 않습니다.

또 한 분은 멀쩡했었는데 맞지 않는 사람과 재혼했다가 최근 꾸준히 상담도 하고 적어도 5년은 약을 먹어야 된다는 우울증 공황장애 진단을 받았습니다. 재혼남편의 반복되는 폭력으로 충격을 받아 마음에 독감이 단단히 들었습니다. 기간이 짧지 않지만 약을 잘 챙겨먹으며 이겨내자고 위로했습니다.

이렇게 마음이 아픈 분들에게 ‘마음을 추스르자’는 말로 위로를 해보지만 사실 우울증은 전문가에 따르면, 누군가의 위로나 자신의 의지로 없앨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하루빨리 상태를 인지하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반드시 적절한 치료가 병행돼야 합니다. 스스로가 심각한 상태를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서 주변 사람들이 챙기는 일도 중요한 것 같습니다.

우울증은 ‘마음의 감기’로 불리웁니다. 정신과 의사인 알렉산더 니쿨레스쿠는 우울증을 “희망이 없는 환경에서 자원을 보존하려는 생존본능”이라고 해석합니다. 우울증은 학습능력과 집중력, 활기와 의욕을 떨어뜨리고, 신체에도 영향을 끼쳐 잠자려는 욕구, 식욕도 떨어집니다. 실제로 우울증을 진단 받은 사람 가운데 자신이 우울증인지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지낸 사람들이 80%가 넘는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나의 정신건강상태를 인지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그래야 적절한 치료가 이뤄질테니까요.

코로나19 장기화 등으로 인해 마음이 우울하고 불안함을 느끼는 등 다양한 정신건강문제를 경험하는 사람들이 많아지자 국가적인 차원에서 개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이에 보건복지부에서 ‘마을안심버스’를 계획해 작년부터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기동력 있는 버스를 활용하여 마을로 직접 찾아가 상담도 해주고, 힐링콘텐츠를 제공하기도 하고, 고위험군에 대해서는 조기에 발견하여 전문가와 연계도 해주며 주민들의 아픈 마음을 보듬어주고 있습니다.

서산시에서는 지난 해 11월부터 마음안심버스를 운영해 총966건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고위험군 47명을 발굴하여 관리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특히 올해 4월 운산면 산불 재해 지역에 현장 상담소를 운영해 심리회복을 지원하며 역할을 톡톡히 해냈습니다.

이렇게 지자체별로 운영되고 있는 서비스를 적극 활용해보는 것도 좋고, 미국 하버드 의대 존 레이티 교수에 의하면 햇빛을 받으면서 30분 이상 걷는 것과 달리기가 탁월하게 좋은 효과가 있다고 하니 일부러 시간을 내서라도 실천해보면서 몸도 챙기고 마음도 챙기시면 좋겠습니다.

‘내가 이래서 스트레스 받고, 이래서 우울하고, 이래서 마음이 아프다’는 분의 마음에 적극 공감하고 이해하고 탓할 수 없으나 마음 중심에 사랑과 감사의 능력을 회복하면 이를 극복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누구보다 먼저 내 자신을 향한 사랑과 감사의 능력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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