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2-07-01 09:35 (금)
[사람향기]만남의 축복
[사람향기]만남의 축복
  • 전미해 기자
  • 승인 2022.06.20 10: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얼마 전에 사석에서 처음 만난 분이 얼굴이 꽤 낯익다 여겨져서 어디서 만났었더라 곰곰이 생각해 보니까 정말 고마운 분이었던 거야. 젊은 날에 큰아이를 낳고 얼마 후에 더 이상 자녀 계획이 없는 것을 우리 부부는 확인했고, 그 즉시로 비뇨기과를 갔었더랬지. 아내와도 의견을 나누었으며 충분히 생각하고 내린 결정이니 어서 수술을 해주십사 부탁드렸는데 그분이 극구 말렸어. 후회할 수 있으니까 천천히 다시 생각해보라면서. 진짜 큰 맘 먹고 간 거였거든. 꽤 오랜 시간을 씨름 한 끝에 결국 설득을 당했는지 그냥 돌아오게 된 거야. 그리고 수년이 흐른 뒤 우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지? 까마득하게 잊고 있었는데 만일 그분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그때 나를 설득하지 않았더라면 우리에게 저렇게 예쁜 둘째 녀석은 존재하지 않을 뻔 했다는 사실이야. 정말 감사하고 고마운 분이지 뭐야.”

서산의료원에서 경력을 쌓고 독립하여 개원하고 막 새 출발을 했던 한 비뇨기과 의사와의 첫 만남 이후 머리가 하나 둘 희어져 갈 무렵 우연히 다시 만난 자리에서 지난날을 회상하며 유쾌하게 웃었다는 남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우리 삶에 만남이 얼마나 귀한 일이며, 누구를 만나는가에 따라 한사람의 운명이 달릴 수도 있음을 깨닫습니다.

만남을 묵상하노라면 고등학교 1학년 때 담임선생님과 만남을 잊을 수 없습니다. 시골에 살면서 별다른 꿈이 없으니까 공부를 해야 할 이유도 모르겠고, 더더군다나 모의고사니 학력평가니 중간이니 기말이니 무슨 시험은 그렇게 자주 보는 것인지 공부를 안 하니까 시험 보는 것이 즐거울 리 없습니다. 3년만 지나봐라, 지옥 같은 시험으로부터도 벗어날 뿐 아니라 이 시골마을로부터 하루빨리 벗어나리라는 생각으로만 충만했었던 것 같습니다.

‘하기 싫은 공부 안하고 편하게 살고 싶다, 대학을 대체 왜 가야하는 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여학생의 인생을 참 짧은 시간이었지만 선생님의 묵직한 두 마디가 완전히 바꾸어 놓았습니다.

“바보는 편하단다. 왜냐하면 아무도 그 바보에게 기대하는 바가 없기 때문이야.”

“네가 잘되어 부모든 형제든 이웃이든 덕을 끼치며 사는 인생 될래, 아니면 그저 남의 덕이나 보면서 사는 인생 될래?”

그날로 목적을 갖고 3년 동안 바짝 공부에 매진한 결과 원하는 학교에 진학할 수 있었으며, 아무도 기대하는 바가 없는 편안한 바보인생 아니고, 덕을 보기보다 덕을 끼치며 사는 인생으로 살아갈 수 있게 됐습니다. 만일 이 선생님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3년이라는 시간을 허송세월로 보내며 그저 편안함만 추구하다가 부모 형제 덕이나 보면서 그저 그런 인생이 되었을 수도 있었겠습니다.

“네가 내 아들이어서 감사해.” “엄마가 제 엄마여서 감사해요.”고백하며 시작하는 하루는 참 행복합니다. 이렇게 서로에게 큰 기쁨이자 행복이어야 할 부모와 자식 간의 만남이, 어느 곳에서는 아들이 아비를 폭행하고, 아비가 자식을 죽이기도 하는 무서운 만남도 있습니다.

의지가 될 뿐 아니라 보기만 해도 서로 웃음 나는 부부의 만남이 있는가 하면, 그야말로 눈만 뜨면 싸우자고 덤벼대고, 안 만났더라면 좋았을 뻔 한 아쉬운 만남도 있습니다.

솔로몬왕은 이방여인을 만나 이방신을 섬기게 되면서 신의 진노를 사 왕국이 무너지고, 이방신을 섬기는 어머니를 만난 자식 르호보암도 어머니를 따라 우상을 숭배하다 결국 그 집이 땅 위에서 끊어져 멸망하게 되는 것을 성경에서 기록하고 있습니다. 원해서든, 원하지 않았든 잘못된 만남의 결과는 처참합니다.

“너라면 과학고를 가고도 남을 실력이야.”라고 격려해주는 친구를 만난 덕분에 ‘할 수 있다’는 신념으로 도전하고 있는 아이를 보면서 친구와의 만남이 또 얼마나 귀한가를 봅니다. 아이에게 뿐 아니라 아플 때 위로가 되고, 기쁜 일에 함께 기뻐할 수 있는 진정한 친구와의 만남은 그야말로 축복입니다.

사람뿐 아니라 누군가에게는 한권의 책이 진로를 결정하게도 하고, 인생을 뒤바꿔놓기도 합니다. 근대 간호의 선구자인 플로렌스 나이팅게일의 숭고한 정신을 기록해 놓은 책을 읽고 그의 삶에 감동되어 한 점 망설임 없이 전공을 선택할 수 있었으니 그렇습니다.

시와 혹은 웹툰과 그림이 만나, 우리가락과 팝핀이 만나 아름다움이 갑절이 되기도 합니다.

요즘 텔레비전에 나오는 솔로나라라는 프로그램을 보니까 한눈에 홀딱 반하는 운명적인 만남도 있고, 요즘 시대에는 그닥 유쾌하지 않은 ‘조건만남’이라는 것도 있습니다.

댕댕이도 주인을 잘 만나면 일명 개 팔자가 상팔자가 되기도 하고, 주인 잘못 만나면 폭행을 당하기도 하고, 밥도 제대로 얻어먹지 못하기도 하며, 급기야는 버림받기도 합니다.

삶은 만남의 연속입니다. 수많은 만남 가운데 누구를 만나는 가는 참 중요한 일입니다. 내가 누군가와의 만남이 축복이기를 바라는 마음만큼, 나를 만나는 누군가에게 고마움의 대상, 축복이 되는 그런 삶이 되어지기를 소망해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